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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을 읽고

shibosa 2026. 1. 27. 22:41

읽기 전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페미니즘을 접할 수 있는 입문서 혹은 추천 도서를 나열할 때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책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서란 것은 항상 일정과 피로 귀찮음에 밀려 저 머릿속 가장자리로 사라지기 마련이므로 이번 기회에 (반)강제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되어 좋다고 생각했다.
버지니아 울프를 나는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라는 책으로 처음 접했다. 그 책은 비타와 버지니아가 실제로 주고받았던 편지들 중 일부를 엮은 책이기에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굉장히 두껍다) 버지니아가 실제로 작가로서 작성한 책의 문체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 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 책 또한 기대를 안고서 읽기 시작했다.
틈새영업: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라는 책 또한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마음에 들었던 / 인상깊었던 부분들

그러나 이 무렵 나는 도서관으로 통하는 문 앞에 있었습니다. 내가 그 문을 열었던 게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그 즉시, 흰 날개 대신 검은 가운을 휘날리며 길을 막는 수호천사처럼, 친절한 은발의 신사가 비난하는 표정으로 물러서라고 손짓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유감스럽다는 듯이 여성은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갖추어야만 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 순간적으로 버지니아가 어느 시대 사람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궁금해졌다. 나중에 알아보기를, 1920년대의 일이다. 그 당시만 해도 여성의 도서관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까.

셰익스피어의 시대에 여성이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품을 쓰기란 완전히, 전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사실을 입수하기 몹시 어려우니, 셰익스피어에게 놀라운 재능을 타고난 여동생, 가령 주디스라는 동생이 있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후략)
: 이 가정의 결말이 너무 처참해서 슬펐다. 우리 모두, 이 추측이 아주 비약적이라고 비판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더욱.

그렇다면 내가 읽은 바로 그다음 구절을 말해도 되겠군요. "클로이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 놀라지 마세요. 얼굴을 붉히지 마세요. 우리끼리 모인 은밀한 자리니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합시다. 때로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기도 하니까요. (중략) 화려한 전시품 같은 문학 속 허구의 여인들을 재빨리 회상해 보니, 그 여성들의 관계가 전부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많은 것을 생략했고 시도도 하지 않았지요.
: 그러하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꽤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문학에서 묘사되어 왔던 여성들은 너무 단순했다. 그들은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무언가를 위해 사용되었을 뿐이다.

그 밖에도 상당히 인상깊은 점들이 많았지만, 버지니아 특유의 호흡이 긴 문장과 문단들을 그대로 가져오기엔 너무 길어지고 지루해질 것 같아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들만 적어 보았다.

읽은 후 / 전체적인 후기

일단... 읽기에 조금 버거웠다. 문장이 길고 비유가 많고, 무언가 설명할 때 사용하는 상황적 예시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서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또한 이 책이 과거에 나왔기 때문에 존재하는 어쩔 수 없는 현재 래디컬 페미니즘과의 괴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 읽을 가치 또한 있다고 느꼈다. 한꺼번에 급하게 읽기보다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천천히 읽어나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버지니아가 짚어내는 부분들도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많다고 느껴서 한 번 읽고 끝내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한줄평: 한 번 읽고 끝내기 아쉬운, 입문서라기엔 어려운 페미니즘 도서
평점 4점/5점 (사유: 읽기 어려웠음, 내 가치관과 약간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음)